IT·테크2026. 04. 01.

AI가 만든 작품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Thaler v. Perlmutter 판결이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

by 윤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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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희 | 기자 작성일 2026년 04월 01일

AI 저작권 Thaler v. Perlmutter 판결 분석

AI와 저작권법의 교차점을 다룬 법률 분석

올해 3월 2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Thaler v. Perlmutter 사건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사건은 컴퓨터공학자 스티븐 탈러가 자신의 AI 시스템 'DABUS'가 생성한 이미지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저작자를 인간이 아닌 'AI'로 명시한 점이 특이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원은 거절했다. 연방지방법원, 항소법원, 그리고 대법원까지 AI는 저작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미국 법질서의 최종 답이 되었다.

항소법원의 논리는 명쾌했다. 미국 저작권법 어디에도 '저작자'를 정의한 조항은 없지만, 법 전체를 읽어보면 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보호 기간은 저작자의 생존 기간을 기준으로 산정되고, 사후에는 배우자와 자녀에게 상속된다. 이 모든 구조가 '저작자는 인간'이라는 전제 위에 세워져 있다는 해석이다.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

이 판결이 흥미로운 건 오히려 '답하지 않은 것' 때문이다. 탈러 사건은 인간이 아예 관여하지 않은 극단적인 케이스였다. 법원도 판결문에서 "AI의 도움을 받아 만든 작품까지 보호에서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인간의 창작'이고, 어디서부터가 'AI의 산출물'인가. 이 경계선은 아직 그어지지 않았다.

현재 콜로라도 연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Allen v. Perlmutter 사건이 바로 이 질문을 다루고 있다. 한 예술가가 미드저니에 프롬프트를 600번 넘게 수정하며 이미지를 만들었는데, 이 정도면 충분한 인간 기여인지가 쟁점이다.

미국 저작권청은 이미 하나의 가이드를 내놓았다. AI가 만든 이미지 자체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되, 인간이 그 결과물을 창의적으로 골라서 배열했다면 그 '편집' 부분에는 저작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AI 만화 'Zarya of the Dawn' 사건에서 미드저니가 그린 이미지의 저작권은 부정됐지만, 작가가 직접 쓴 스토리와 이미지의 배치·구성에 대해서는 편집저작물로 인정됐다.

한국법은 조금 다른 위치에 서 있다

한국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정의한다. '인간의'라는 단어가 조문에 명확하게 들어가 있어 미국법이 해석에 의존해야 했던 부분을 한국법은 문언 자체로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명쾌한 조문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AI와 인간의 기여가 복잡하게 뒤섞인 오늘날의 창작 환경을 이 한 줄로 다 담기에는 해석의 유연성이 부족하다.

그래도 현행법 안에서 길은 있다. 대법원은 사진저작물의 창작성을 논하면서 피사체 선정, 구도 설정, 빛의 조절, 셔터 찬스 포착 등에서 촬영자의 개성이 드러나면 저작물로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 논리를 AI 활용 창작에 대입해보면, 인간이 생성 방향을 기획하고 수많은 결과물 중에서 자신의 판단으로 고르고 수정·편집을 가하는 과정에서 개성이 드러난다면 저작권이 인정될 여지가 충분하다.

실무에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입법이 따라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에 창작자와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명확하다.

첫째, 기록이다. AI를 창작에 활용했다면 기획 단계의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프롬프트의 구체적인 내용과 변경 이력, AI 원본 출력물, 그리고 인간이 가한 수정·편집 내역까지 가능한 한 상세히 남겨야 한다.

둘째, 저작권에만 기대지 않는 것이다. 영업비밀 보호, 계약상 비밀유지 의무, 이용약관을 통한 복제 제한 등 복합적인 보호 수단을 함께 갖춰야 한다.

셋째, 제도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다. EU AI Act가 2026년 8월부터 고위험 AI 규제를 전면 시행하면서 AI 생성 콘텐츠에 워터마크와 출처 표시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인간 창작 기여 인정 기준의 명문화, AI 생성물 표시 의무 등이 논의되고 있다.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AI를 사진기 셔터를 누른 원숭이로 볼 것인가, 아니면 사진기와 같은 도구로 볼 것인가. 도구로 본다면 인간이 그 도구를 어떻게 쥐고 무엇을 선택했는지가 핵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