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결 | 기자 작성일 2026년 03월 22일

소비자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세탁기, 건조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전자신문)
국내 가전 산업이 미국 관세, 중국 저가 공세,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삼중고'에 짓눌리며 4년 연속 내수 역성장 늪에 빠졌다. 고효율 가전에 보조금 지원사업을 정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등에 따르면 국내 가전 시장은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원가 상승과 소비 둔화가 동시에 지속되는 만큼 올해에도 역성장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측면에서는 주력 시장인 미국 관세 정책 영향과 현지 주택 시장 회복 지연이 겹쳐 감소세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중동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심화되며 경영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말했다.
내수 시장에서는 청소기 등 소형 가전을 중심으로 중국산 제품 수입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가 온라인 유통 채널을 통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 기업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위기 타개책 중 하나로 고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의 조기 재개와 정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 사업이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이다.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은 에너지 효율 1등급 가전제품 구매 시 구입 금액 일부를 환급해주는 제도다. 2020년과 2025년 두 차례에 걸쳐 연 약 3,000억 원 규모로 집행됐으며, 시행 때마다 고효율 대형 가전 교체 수요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추경 예산 반영이 진행 중이다.
가전업계는 냉방 수요가 본격화되기 전인 2분기에 사업이 시작돼야 내수 진작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냉방 가전업계 관계자는 "여름철 이후 집행될 경우 에어컨·냉장고 등 고효율 대형 가전의 교체 수요를 실질적으로 끌어내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미국과 중국은 2024년 이후 고효율 가전 지원과 유사한 사업을 정례화해 자국 기업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내수 부양과 자국 가전 브랜드 육성을 겨냥한 보조금 프로그램을 지속 운용 중이며,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고효율 가전 구매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을 상시 제공하고 있다.
KEA 관계자는 "내수 활성화와 국가 에너지 절감이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인 만큼 환급사업을 지속적으로, 나아가 정례화할 필요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