훠궈에 5시간 웨이팅, 밀크티도 인기…강남 강타한 중국 F&B 열풍[르포]
송태양 기자 · 2026-03-17

대기 번호 255번. 지난 주말 오후 3시께 서울 강남역 인근 빌딩 2층에 자리한 중국 프랜차이즈 훠궈 전문점 '하이디라오' 매장 입구에는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현장 대기 시간만 최소 3시간. 대기 중이던 이민주(23)씨는 "200번대 대기자면 6~7시간 이후 입장할 수도 있다"며 인근의 다른 중국 식당을 권했습니다. 사전 예약에 실패한 뒤 무턱대고 방문했다가 낭패를 본 것입니다. 무려 5시간이 지난 저녁 8시, 결국 51번째 순번을 남겨 놓고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대안으로 찾은 곳은 중국 생선요리 프랜차이즈 '반티엔야오 카오위' 강남점이었습니다. 실시간 식당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이 추천한 맛집입니다.
반티엔야오 카오위 강남점의 웨이팅은 기본 30분 수준이었습니다. 오후 6시 전후로 손님이 집중됩니다. 방문객 대부분은 10대부터 20~30대의 한국인이었습니다. 알싸한 중국식 마라 생선찜 메인 메뉴에 야채·버섯·두부·분모자·옥수수면사리·신선새우샤화 등을 곁들이는 구성입니다. 홀 점원은 "민물고기 닝보어 생선을 통째로 구운 뒤 다양한 소스와 채소를 곁들여 다시 조리하는 사천식 향토 요리 카오위와 훠궈를 결합한 샤부샤부식 생선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메인 생선찜은 토핑과 매운 단계에 따라 총 8가지로 나뉘며 가격은 4만 3000원입니다. 사리를 4~5개 추가하면 약 7만원대에 3~4명이 넉넉히 즐길 수 있는 양입니다. 옆 테이블에 앉은 20대 청년들은 "재료도 신선하고 위생 상태도 깔끔하다"며 "1인당 1000원씩 추가하면 셀프바(밥·과자·음료)를 무한 이용할 수 있어 일주일에 한 번씩 온다"고 했습니다.
마라탕과 탕후루로 시작한 C푸드 열풍은 최근 밀크티로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인근의 중국 밀크티 프랜차이즈 '헤이티'도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대표 메뉴인 '클라우드 크리스프 그레이프' 가격은 7400원으로, 이미 국내에 진출한 대만 버블티 '공차'(5000~6000원대)보다 비싼 편입니다. 단맛 조절이 가능해 건강을 챙기는 MZ세대 취향에 잘 맞습니다. 2024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헤이티는 강남·명동·홍대 상권을 중심으로 6개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서울 강남역 일대는 이미 중국 프랜차이즈 매장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하철 신논현역에서 강남역으로 이어지는 약 700m 구간에만 7개 매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반티엔야오 카오위, 생활용품점 미니소, 하이디라오를 비롯해 마라탕 식당 탕화쿵푸, 밀크티 브랜드 헤이티·차백도·차지(상반기 개점 예정) 등입니다. 특히 2017년 11월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출범한 중국 밀크티 브랜드 차지(CHAGEE·패왕차희)는 지난해 한국지사 법인 '차지코리아'를 설립하고 강남과 용산 아이파크몰, 신촌에 3개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중국 이커머스에 이어 중국 식음료 브랜드들의 한국 시장 공세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중국 본토의 내수 성장 둔화 속에서 한국을 해외 진출의 전략적 교두보로 삼겠다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한국에 진출한 하이디라오의 매출은 2022년 413억원에서 2024년 781억원으로 2년 새 두 배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전국에 11개 매장이 있으며 지난해 국내 매출액은 1000억원에 육박합니다. 마라탕·마라샹궈 전문점 탕화쿵푸를 운영하는 탕화쿵푸코리아의 2024년 매출은 222억원으로, 전년(182억원)보다 21.5% 급증했습니다. 매장수도 2022년 327곳에서 2024년 494곳으로 늘었습니다.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장은 "그동안 저가·저품질로 외면 받았던 중국 식음료 브랜드들이 세련된 IP 콘텐츠를 입고 가격 대비 고급화 전략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며 "대규모 자본과 본토 공급망까지 갖춘 중국 브랜드들의 한국 내 가맹 사업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