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2026. 03. 16.

"빈집은 희소 자원"…남성준 다자요 대표의 빈집 재생 창업 이야기

by 한예슬 (기자)

#사회문화#다자요#빈집재생#스타트업#제주#지방창업#iot

"빈집은 시간이 응축된 희소 자원"이라고 말하는 남성준 다자요 대표의 창업 여정을 소개합니다.

"마을 곳곳에 방치된 폐가는 '흉물'이 아니라 귀중한 '자산'이죠."

이자카야 운영의 고단함을 뒤로 하고 고향 제주로 돌아온 남성준 다자요 대표가 발견한 가능성입니다. 단순히 임대료가 저렴해서가 아닙니다. 버려진 공간이 마을의 자원으로 바뀌는 순간, 그곳에 사업 잠재력이 있었습니다.

"빈집은 시간이 응축된 희소 자원이라고 생각해요. 경험하지 못한 시대와 지역 일상을 향유하고 싶은 욕구에 주목했죠."

다자요 남성준 대표

17개월간 매출 제로, 규제의 벽

2019년 농어촌정비법의 높은 벽을 깨고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했을 때, 남 대표가 느낀 건 성취감보다 허탈함이었습니다. 그는 "무려 17개월 동안 매출 없이 규제의 문턱을 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면서, "통과 이후에도 부가 조건이 꼬리를 물었다.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꼬박 34개월이 걸렸다"고 회상했습니다.

"실증의 모든 리스크와 비용은 오롯이 기업의 몫이고, 새로 도전하는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저게 될까'라는 의심뿐이었죠."

희망의 움직임은 있습니다. 빈집재생민박업 제도화와 농업펀드의 빈집 정비 투자 고시 변경 등 정책들이 하나씩 마련되고 있습니다. 방향은 맞습니다. 다만 현장의 시간과 정책의 시간 사이 간극이 좁혀지길 바랄 뿐입니다. 코로나 이후 건축비와 자재비, 인건비가 뛰었습니다. 게스트들의 눈높이도 높아졌습니다. 예전처럼 빈집을 무상으로 빌려 자체 자금으로 재생한 뒤 숙박 매출로 10년 안에 회수하는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남 대표는 모델 자체를 뒤집었습니다. 우선, 투자조합 등을 활용해 빈집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입니다. 자산이 내재화되면 회수 기간에 쫓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빈집 소유주가 비용을 대고 '다자요'가 위탁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재생 비용이 지출이 아니라 매출로 전환됩니다. 사업 영역도 넓혔습니다. '농어촌 빈집 숙박업'이라는 하나의 틀에서 벗어나, 10년간 축적한 공간 기획력 자체를 수익 모델로 삼았습니다. 빈집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유휴공간을 대상으로, 숙박에서 F&B, 주거까지 확장합니다. 운영 효율 면에서는 IoT를 적극 활용합니다. 에너지 절감 페이백 시스템은 특허 등록까지 마쳤습니다. 여행객이 에너지를 아끼면 그만큼 돌려주는 구조로, 비용 절감과 마케팅 효과를 동시에 노립니다.

남 대표는 "대기업들이 다자요의 공간을 자사 제품으로 채운다. 단순한 협찬이 아니다. 이곳을 경험 중심의 쇼룸으로 인정했다는 뜻"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해 다자요의 가동률은 서비스 시작 당시보다 16% 상승했다"면서, "제주 여행 시장이 부진한 와중에 나온 수치"라고 강조했습니다.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저희 공간에 넣겠다고 하는 순간, 다자요는 단순 숙박업체가 아니라 대기업이 신뢰하는 공간 플랫폼으로 위상이 바뀌었죠."

다음 단계는 선명합니다. 제조 기업의 IP가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되는 공간 플랫폼입니다. 숙소에서 경험한 침구, 어메니티, 가구를 다자요 IP와 결합해 판매하는 커머스 모델, IoT 관제 시스템으로 숙박객의 행동 패턴을 데이터화해 제조사에 피드백하는 구조입니다.

"마을 주민들한테 확실한 건 눈에 보이는 변화예요. 골칫거리였던 빈집을 깔끔하게 재생하면 그게 지자체 빈집 정비 실적으로 잡혀요. 흉물이 사라지고, 예쁜 숙소가 조성되고, 사람이 다니기 시작하면 동네 분위기가 달라지죠."

IoT 통합 관리

제주는 관광 인프라도 좋고 독보적인 관광지라 자원이 풍부합니다. 그런데 남 대표는 오히려 육지가 더 좋은 환경이라고 봅니다.

"제주는 좋은 숙소가 너무 많아요. 선택지가 넘쳐나는 시장에서 싸워야 하죠. 반면 육지 소멸 위험 지역은 숙소도 적고 인프라도 빈약해요. 그래서 오히려 저희가 돋보일 수 있습니다."

표준화된 재생 매뉴얼은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400곳 이상 빈집 사이트를 보며 쌓은 입지 선정 노하우, 브랜드·셀럽을 활용한 콘텐츠 기획, IoT 기술, 그리고 운영 매뉴얼입니다. 11채가 마을 곳곳에 흩어진 수평적 호텔 형태는 IoT로 통합 관리합니다. 도어락 비대면 체크인·체크아웃, CCTV·화재·보일러 이상·전기 누전 원격 관제, 기상·미세먼지·소음 모니터링까지 하나의 시스템에서 돌아갑니다.

"아무리 IT를 고도화해도 결국 누군가는 현장에 가야 합니다. 그래서 지역 주민을 고용하거나 지역 청년들의 유지보수 창업을 지원하죠. IT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일을 더 쉽게 만들어주는 겁니다."

"지방의 시간에 맞춘 제도가 필요하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운영위원이기도 한 남 대표의 제언은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서울에서, 세종에서 만든 정책이 지방 현실에 맞느냐는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합니다. 신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지방 공무원이 지방 정책을 짜고, 제주를 한 번도 여행해보지 않은 공무원이 이 지역의 관광 정책을 설계하는 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죠."

2025년 국내 스타트업 투자에서 100억 원 이상 투자의 84%가 수도권 기업에 집중됐습니다. 비수도권 벤처기업이 전체의 40%를 차지하지만, 비수도권에 투입되는 투자는 전체의 20%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방의 시간은 더디 흐르고, 기업의 성장도 천천히 자랍니다. 그런데 초기 3년 기업, 7년 회수 펀드 기준이 서울이나 제주나 똑같아요. 제대로 하려면, 지방의 시간과 속도에 맞춰 제도를 재설계해야 합니다."

돈을 벌어야 지속할 수 있고, 지속해야 사회적 가치도 존재합니다. 빈집을 재생하는 것 자체가 지자체 실적이 되고, 마을에 관계인구가 생기고, 지역 경제가 돌아갑니다. 사회 공헌을 따로 떼어내 하는 게 아니라, 사업 자체가 곧 사회적 기여인 구조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은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됩니다. 공간 개발·운영과 관제서비스 SaaS, 중개 플랫폼입니다. 다자요는 빈집을 예쁘게 고쳐 꾸미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브랜드와 셀럽의 참여를 통해 공간의 가치를 끌어올립니다.

관제서비스가 스케일의 열쇠입니다. 다자요가 직접 운영하는 숙소는 11채지만, IoT 관제 시스템을 SaaS로 제공하면 수백, 수천 채를 네트워크로 묶을 수 있습니다.

"5년 뒤를 위해 지금 공들이는 게 뭐냐고요? 셋 다입니다. 한 가지만 집중하는 대표가 어디 있겠어요."

제주의 폐가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창업가. 그의 집념이 전국의 빈집과 유휴공간을 '자산'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