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현 | 기자 작성일 2026년 03월 30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물가 압박이 커지면서 연준 안에서 금리 경로를 둘러싼 기류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오스탄 굴스비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도 상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순조롭다면 올해 여러 차례 인하하던 시기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인상 시나리오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연준 관리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입에 올린 것은 이례적이다.
금리 인하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입장을 바꿨다. 그는 이란 전쟁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였다고 진단하며 3월 금리 동결 지지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연준 이사회 다수 의견에 꾸준히 동조해온 리사 쿡 이사 역시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장기화가 다시 연준의 지배적 위험이 됐다고 강조했다.
WSJ은 이 같은 흐름이 "미묘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금리 경로는 확고히 하향을 가리켰지만, 지난 한 주간 연준 관리들의 발언 기조가 일제히 매파적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장기 시장금리가 급등하고 투자자들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도이체방크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매튜 루제티는 "이란 전쟁으로 연준의 인플레이션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시장의 금리 동결·인상 기대가 장기금리를 끌어올려 연준이 직접 나서지 않고도 긴축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중립 수준 도달했나
추가 인하의 문턱이 높아진 또 다른 요인은 현행 정책금리가 이미 '중립금리'에 근접했다는 인식이다. 지난 2024년 9월 이후 연준은 정책금리를 6차례에 걸쳐 약 2%포인트 내려 현재 연 3.5~3.75% 구간을 유지하고 있다.
연준 부의장 필립 제퍼슨은 최근의 금리 인하 조치들이 "정책금리를 대략적인 중립 범위 안에 놓았다"고 말했다. 리치먼드 연은 총재 토머스 바킨도 "연방기금금리가 중립 범위의 상단에 위치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 기준으로 인플레이션은 현재 약 3%로, 연준 목표치(2%)를 이달로 6년 연속 웃돌고 있다.
인하 가능성 여전히 열려 있어
다만 금리 인하 필요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의 지난 2월 일자리는 9만 개 이상 줄었고 실업률은 4.4%로 상승했다. 나티시스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크리스토퍼 호지는 "연초부터 경제에 큰 강세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며 올해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봤다.
파월 의장은 이달 기자회견에서 "이번에는 평소보다도 더 전망치를 반신반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공식 전망인 점도표는 3월 기준 연내 1회 추가 인하를 제시했지만,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메리 데일리는 "거짓된 확실성을 전달할 위험이 있다"며 단일한 금리 경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