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우 | 기자 작성일 2026년 03월 25일
이른바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 주범 박왕열이 25일 한국으로 송환된 가운데, 공범이었던 김씨의 판결문에서도 그의 흔적이 포착됐다.
서울중앙지법은 2017년 6월 2일 강도살인·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공범 김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바 있다. 김씨는 2016년 10월 11일 필리핀 팜팡가주 바콜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박씨와 함께 한국인 남녀 3명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인물로, 항소와 상고 기각 이후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범행 경위
판결문에는 박씨가 한국에 있던 김씨에게 범행을 제안하고 필리핀에서 함께 강도살인을 저지르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박씨는 2014년 11월 카지노 사업에 5000만원을 투자한 김씨와 안면을 트게 됐고, 필리핀 이주 후에는 투자금 반환 문제로 연락을 이어갔다.
2016년 당시 피해자 3명은 150억원대 무인가 유사수신행위로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였으며, 필리핀으로 도피한 뒤 박씨에게 은신처를 요청하며 투자금을 건넸다. 박씨는 이들과 함께 지내다 카지노 투자 문제로 갈등을 빚은 끝에 범행을 결심했다.
박씨는 김씨에게 "사람을 처리하면 1억원을 주겠다"며 범행을 제안했고, 김씨는 항공편으로 필리핀에 도착해 박씨 직원인 척 피해자들과 어울리며 범행 방법과 도주 계획을 세웠다. 2016년 10월 11일 피해자들을 사탕수수밭으로 유인한 뒤 살인을 저지른 이들은 피해자들의 금고에서 현금을 챙기고 카지노에 예치된 7억2000만원도 인출했다.
9년 만의 송환
김씨는 귀국 후 경찰에 붙잡혔으나, 박씨는 필리핀에서 세 차례 도주극을 벌였다. 2022년 4월 필리핀 법원에서 단기 52년, 장기 6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이후에도 교도소 복역 중 텔레그램을 이용한 마약 밀반입과 호화 생활을 누린 것으로 파악됐다.
약 9년 만에 이뤄진 박씨의 한국 송환은 한·필리핀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것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필리핀 정상회담에서 인도를 요청한 지 3주 만에 성사됐다. 경기북부경찰청은 박씨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