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2026. 03. 22.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전문가 '처벌보다 교정', 국민 81% '낮춰야' 온도차

by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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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준 | 기자 작성일 2026년 03월 22일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조정을 둘러싼 논의가 '처벌 강화'가 아닌 '교정·보호 중심'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다만 전문가 집단과 달리 국민 여론은 연령 하향에 압도적으로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정책 방향과 여론 간 괴리가 과제로 떠올랐다.

22일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정부위원·민간위원이 참여하는 '형사미성년자 연령 사회적 대화 협의체'는 지난 20일 제2차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 협의체는 소년범 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됐다.

이날 회의에는 법무부 관계자들이 중심이 돼 소년범 관련 정책 현황을 공유했다. 소년범죄 대응 인프라, 소년원 및 소년교도소 내 교정교육 운영, 피해자 보호 제도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참석자들은 단순히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문제를 넘어, 청소년을 어떻게 교화할지 폭넓게 논의했다. 만약 만 13세까지 소년범 범위가 확대될 경우, 범죄 예방 교육이나 선도 보호 프로그램 등 기존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준비 없이 처벌 범위만 확대하면 청소년의 경미한 비행이 오히려 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성평등부는 범죄 이후의 교화뿐 아니라, 비행 이전 단계에서 청소년을 관리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8일 열린 공개포럼 '촉법소년 제도 현황과 연령 논의의 주요 쟁점'에서도 유사한 의견이 나왔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연령 하향이 곧 엄벌 강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교정과 보호에 있으며, 실형 선고에 초점을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호처분 프로그램 개발, 전문 교정 및 치료 시설 확충, 보호관찰 인력 증원 등 인프라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압도적 반대 여론 어쩌나…성평등부, 공론화 힘쓴다

문제는 국민 의견이 쉽게 모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성인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응답은 81%, 반대 의견은 11%에 그쳤다.

김병후 한국청소년재단 이사장은 "발표자나 객석에 계신 분들 전부 연령을 낮추는 데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라면서도 "문제는 국민들이 정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강소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역시 "전문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고위험군 청소년에 대한 교정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여부"라며 "선결과제를 처리하기도 전에 연령부터 낮추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성평등부는 공론화가 더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초 촉법소년 관련 논의를 진행할 '시민참여단'은 100명으로 예정했지만, 규모가 적다는 지적을 받아 200명 규모로 구성할 계획이다. 다음달 중 수도권과 지방에서 각각 1회씩, 5시간 동안 숙의를 진행한다.

국민 누구나 공론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음달 초부터 성평등부 누리집을 통해 의견도 수렴한다. 또한 오는 27일 열리는 '제22회 청소년특별회의'와 연계해 약 120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제도를 설명하고, 온라인으로 의견 수렴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