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2026. 03. 22.

한국석유공사, 비축유 90만 배럴 해외 유출·12조8000억 손실…총체적 무능 비판

by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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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현 | 기자 작성일 2026년 03월 22일

한국석유공사 비축유 관리 위기 현장 점검

손주석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울산 석유비축기지 현장을 방문해 비축유 방출 대비 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정부가 지난 18일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물가 폭등을 막기 위해 13년 만에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라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그러나 최전선에서 국가 에너지 안보를 책임져야 할 한국석유공사가 도덕적 해이를 넘어선 총체적 무능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유가가 치솟고 원유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산업통상부는 국내 보관 국제공동비축 원유에 대한 우선구매권 행사에 나섰다. 그러나 석유공사가 제때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서 울산 비축기지에 보관 중이던 90만 배럴이 해외 기업에 팔려나갔다. 수급 위기 상황에서 공기업의 늑장 대응으로 원유를 허공에 날린 셈이다.

이보다 앞선 5일에는 석유공사가 관리하는 한 자영 알뜰주유소가 경유값을 하루 만에 606원이나 기습 인상했다. 서민 가계 부담을 덜겠다며 도입된 알뜰주유소가 국가적 위기를 틈타 폭리의 앞잡이 노릇을 한 셈이다. 손주석 석유공사 사장은 취임 6일 만인 11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12조8000억 원 누적 손실에도 성과급 잔치

석유공사의 재무 상태도 심각하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진행 중인 16개 해외 사업 총 누적 투자액은 27조8600억 원에 달하지만 회수액은 15조5200억 원에 그쳐 누적 손실만 12조8000억 원이다. 특히 9조 원을 쏟아붓고도 517억 원을 건지는 데 그친 캐나다 하베스트 프로젝트는 혈세 낭비의 결정판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왕고래' 시추사업 의혹과 관련된 논란의 핵심 인사들이 승진하고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지사에서는 직원이 거액의 자금을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한 횡령 사건이 발각되기도 했다. 산업통상부는 이례적으로 감사원 공익감사까지 넘겼지만 내부 기강은 여전히 통제 불능 상태라는 지적이다.

산업통상부는 즉각적인 감사 착수와 엄중 문책을 예고했다. 하지만 단순한 꼬리 자르기식 처벌로 끝낼 것이 아니라, 천문학적 손실을 내는 해외 사업 구조조정부터 비축유 관리와 국내 유통망까지 밑바닥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