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비즈니스2026. 03. 31.

한국 스타트업 투자계약서 vs 실리콘밸리 NVCA 모델 계약서, 6가지 핵심 차이

by 윤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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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희 | 기자 작성일 2026년 03월 31일

한국과 실리콘밸리 투자계약서 비교

스타트업 투자계약서 비교 분석

한국 스타트업이 국내 투자자로부터만 투자를 받던 시기에는 투자계약서 내용을 검토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국내 액셀러레이터나 벤처캐피탈(VC)로부터 시드 투자나 시리즈 A 투자를 받고, 후속 투자 역시 대부분 국내 자본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면 투자계약의 전체적인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투자자와 직접 협상하는 경우도 많아졌고, 델라웨어 법인을 모회사로 두는 플립 구조를 통해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은 더 이상 한국식 투자계약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캡테이블 기준의 차이

국내 실무에서는 여전히 실제 발행주식수(Issued and outstanding 방식)를 기준으로 논의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 투자 실무에서는 완전 희석화 방식(fully diluted 방식)을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고 캡테이블을 작성한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표면상 같은 투자전 가치(pre-money valuation)를 논의하더라도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실제 지분 희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투자수단의 차이

한국 스타트업 투자 실무는 오랫동안 상환권·전환권·우선권이 결합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선호해왔다. 반면 실리콘밸리에서는 초기 단계일수록 SAFE가 지배적이고, 시리즈 A 이후에는 전환우선주(CPS)가 핵심이 되며, 상환권이 포함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희석방지(Anti-Dilution) 조항

한국은 투자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Full-Ratchet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이 방식은 전환가격을 낮아진 후속 투자의 주당 가격과 동일하게 하락시켜 기존 투자자 보호를 극대화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Weighted Average 방식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며, 발행 주식수까지 감안해 전환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한다.

청산우선권의 차이

실리콘밸리식 투자계약은 초기 투자 라운드에서 1배 비참가적 청산우선권(1x non-participating liquidation preference)이 일반적이다. 투자자가 우선적으로 투자원금을 회수하되 그 이상에는 참여하지 않는 방식이다. 한국은 대부분 1배 참가적 청산우선권(1x participating liquidation preference)으로, 투자원금 이상에 대해서도 지분 비율대로 분배에 참가한다.

또한 실리콘밸리 투자계약서의 '청산' 개념은 한국보다 훨씬 넓어, M&A·자산양도·경영권 변경 등을 유사청산 상황(deemed liquidation event)으로 규정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조항과 거버넌스

한국 투자계약서는 투자자의 사전동의권(Veto right)이 길게 열거되면서 일상 경영까지 광범위하게 제약하는 형태로 등장하기도 한다. 보호조항은 회사를 지키기 위한 것이지, 회사를 멈추게 하기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끝으로, 드래그얼롱(Drag along, 공동매도요구권) 조항에서도 차이가 있다. 실리콘밸리식 드래그얼롱은 이사회 승인, 우선주 측 일정 비율 이상 동의, 보통주 측 일정 비율 이상 동의를 함께 요구하는 다층 구조로 설계돼 있어 창업자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다.

이제 창업자는 투자계약이 투자자 친화적인가, 창업자 친화적인가를 넘어서서 이 조건이 다음 라운드에서도 유지 가능한가, 미국 투자자에게도 설명 가능한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국식과 실리콘밸리식 투자계약의 차이는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위험 부담·지분 희석·통제권 배분·회수 우선순위에 대한 철학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