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준 | 기자 작성일 2026년 03월 18일
이란과의 관계 완화를 통해 중동 지역 안정을 추구해왔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란 전쟁 여파로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사우디를 포함한 걸프국이 전쟁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경제 비전 실현을 위해 지역 안정성이 최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오랫동안 이란과의 적대 관계 완화에 힘써왔습니다. 수니파 맹주 사우디와 시아파 종주국 이란은 종교 및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두고 충돌해왔으나, 빈 살만 왕세자는 긴장 완화를 표방하며 사우디가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 이란을 예방 타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란은 사우디와 걸프 이웃 국가들에 보복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사우디는 미군 기지·미국 대사관·정유 시설·유전이 공격을 받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내달로 예정됐던 F1 사우디·바레인 대회도 각각 취소됐습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사우디를 무역·관광·금융 중심지로 탈바꿈시키려는 '비전 2030' 계획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걸프국들이 단순히 조기 종전만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전쟁이 갑자기 멈추면 이전보다 더 강경해진 이란을 이웃으로 상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걸프국들이 미국에 "일은 제대로 끝내라(finish the job)"고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사우디 정부에 정통한 한 인사는 FT에 "이란의 정권 교체는 원하지 않지만 약화한 이란은 사우디에 이익"이라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비용이 따르지만 어중간한 상태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