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호 | 기자 작성일 2026년 04월 01일

이찬미 모두싸인 팀장이 PRM스퀘어 미디어허브에서 전자계약 도입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수억 원짜리 아파트를 고를 때는 AI 플랫폼을 쓰면서, 정작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는 왜 여전히 직접 만나야 할까. 지난 1일 모두싸인 본사에서 열린 'PRM스퀘어 미디어허브' 1회차 행사에서 이찬미 팀장이 던진 질문이었다.
이번 행사는 프롭테크포럼 산하 PR·마케팅 연구 네트워킹 협의체 PRM스퀘어가 기획했으며, 주제는 '전자계약이 프롭테크를 완성하는 방식'이었다. 실질적으로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전자계약이 왜 아직도 10% 벽을 넘지 못하는가에 대한 냉정한 진단의 자리였다.
이 팀장은 전자서명·전자계약·CLM(계약생애주기관리)을 세 단계로 구분했다. 전자서명이 서명 행위 자체를 디지털화한 것이라면, 전자계약은 작성-발송-체결-보관의 전 과정을 자동화한 워크플로우다. CLM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계약 작성부터 갱신·분석·리스크 검토까지 계약의 전 생애를 AI로 관리하는 솔루션이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빠르게 수렴 중
2024년 기준 글로벌 디지털 서명 시장 규모는 약 7조 3,000억 원으로, 연평균 40% 이상 성장 중이다. 도큐사인은 부동산 계약을 첫 번째 버티컬로 삼아 전 산업으로 확장했고, 현재 연 매출 약 4조 5,000억 원에 전 세계 기업 고객 150만 곳을 거느린 글로벌 표준이 됐다. 일본의 클라우드사인은 정부 주도 디지털 전환의 수혜를 정면으로 받아 전국 광역·기초지자체의 70% 이상이 채택했다.
기술이 아니라 불신이 벽
한국 시장의 현실은 냉정하다. 전자서명법상 전자계약은 종이계약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지며, 스마트폰 보급률 95%의 디지털 인프라도 이미 갖춰져 있다. 그럼에도 민간 부동산 전자계약 사용률은 2020년 기준 0.2%에 불과했고, 최근에야 10%대에 진입했다. 이 팀장은 장벽의 본질이 기술이 아니라 불신이라고 짚었다. "법적 효력이 실제로 있는 건지, 플랫폼이 없어지면 계약서도 사라지는 건 아닌지"라는 이용자들의 근원적 불안이 시장 확산을 막고 있다는 진단이다.
법 개정이 열어젖힌 물꼬
변화의 물꼬는 트이고 있다. 2024년 인감증명 간소화 선언과 전자문서의 원본 인정 법령 개정에 이어,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에서 전자동의서와 온라인 총회가 공식 허용됐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총회 전환 시 비용의 62%를 절감할 수 있다.
모두싸인은 2015년 설립 이후 10년간 클라우드 전자서명 시장 점유율 71%를 확보했다. 누적 고객사 33만 개, 누적 이용자 1,000만 명으로 국내 경제활동인구의 3분의 1이 한 번 이상 이용한 서비스가 됐다. 올 상반기에는 계약 작성을 지원하는 '모두싸인 폼'과 계약 검토 서비스 '모두싸인 리뷰'를 출시할 예정이다.
조인혜 프롭테크포럼 처장은 "부동산 거래에서 AI는 이미 매물 탐색의 도구가 됐다. 그러나 계약은 여전히 종이와 인주로 맺어진다"며 "이 간극이 좁혀지는 속도가 한국 프롭테크의 다음 단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