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훈 | 기자 작성일 2026년 03월 22일

나노 결제 시장이 에이전트 AI 간 기계 거래 수요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나노 결제'가 주목받고 있다. 나노(10억분의 1)라는 말 그대로 극소 금액을 순간적으로 처리하는 혁신적 결제 방식으로, 1원 혹은 1센트 미만의 초 소액도 데이터 처리 속도만큼 빠르게 실시간 정산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비트코인 메인넷 상에서 나노 결제가 시작된 2018년 시장 규모는 약 1억 달러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3년부터 에이전트 AI 간 결제가 늘고 테슬라 자율주행차의 실시간 도로 데이터 구매 사례 등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급변했다. 2025년 4억2000만 달러(5,500억 원), 2026년에는 8억 달러(1.2조 원, 추정)로 지난 3년간 연간 성장률이 60.2%에 달한다.
성장 배경: 이더리움 레이어 2·AI 에이전트·합리적 소비
급성장의 첫 번째 배경은 이더리움 '레이어 2' 기술의 성숙이다. 수천 건의 소액 거래를 블록체인 밖에서 한꺼번에 처리한 후 결과치만 메인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묶음 처리 방식으로, 건당 수수료를 0.01센트 수준까지 떨어뜨렸다.
두 번째는 에이전트 AI 간 기계 결제 수요의 폭발이다. 기계 결제에서는 초당 수만 건의 데이터 또는 API 호출 거래를 처리해야 하므로 나노 단위 실시간 결제·정산 시스템이 필수 인프라가 됐다. 세 번째로는 '사용한 만큼 요금 결제'라는 소비자 수요가 기술 실현과 맞물리며 나노 결제를 확산시키고 있다.
활발한 분야: AI·IoT·게임·미디어
가장 활발한 분야는 AI와 사물인터넷(IoT)이다. 자율주행차가 달린 거리만큼 통행료를 실시간 결제하거나, 스마트 공장 로봇이 쓴 전력량을 기계 간(M2M) 거래로 초 단위 정산하는 방식이 자리를 잡고 있다. AI 에이전트 전용 결제 인프라를 구축한 스트라이프, 스테이블코인으로 저비용 결제망을 구축한 서클과 페이팔이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게임 콘텐츠와 이커머스 분야에서도 월정액 구독에서 '뉴스 한 문단당 5원', '음악 10초당 1원' 식의 '쓴 만큼 내기' 구독 모델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제베디는 게임 내 아이템 획득·광고 시청 시 비트코인을 스트리밍 나노 결제로 보상해 사용자 재방문율을 30% 이상 끌어올렸다.
2030년 시장 규모 150억 달러 전망
AI 확산으로 에이전트 AI 간 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는 2030년에는 나노 결제 시장 규모가 150억 달러(22조 원), 연간 성장률은 107%로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나노 결제는 수수료 장벽으로 결제망에서 소외됐던 소액 창작자나 소상인들의 제도금융권 편입을 돕는 포용금융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K-콘텐츠, 이커머스 플랫폼을 보유한 한국도 나노 결제에 대한 관심과 민관 협력을 적극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