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2026. 03. 24.

양태철 소설가, 기억을 묻는 장편서사소설 '섬진강' 출간

by 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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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 기자 작성일 2026년 03월 24일

장편서사소설 '섬진강' 표지

'섬진강' 표지. 저자인 양태철 소설가가 그린 그림으로, 섬진강의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현대시문학이 소설가 양태철의 장편서사소설 '섬진강'을 발간했습니다.

'강은 기억한다.'

양태철의 장편소설 '섬진강'은 이 한 문장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닙니다. 이 작품에서 강은 자연이 아니라 기억의 주체이며, 인간의 죄와 사랑을 동시에 비추는 윤리적 존재로 기능합니다.

남원에서 발원해 구례·곡성·하동을 지나 남해로 흘러드는 섬진강. 그 물길에는 수백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노동과 전쟁, 사랑과 배신, 그리고 이름 없이 사라진 이들의 삶이 겹쳐 흐릅니다. 작가는 이 흐름을 따라가며 우리가 외면해온 역사와 개인의 상처를 조용히 호출합니다.

작품의 핵심 질문은 분명합니다. '너는 너의 죄를 기억하느냐.'

이 질문 앞에서 독자는 더 이상 바깥에 머물 수 없습니다. '섬진강'은 독자를 관찰자가 아닌 '증인'의 자리로 끌어들입니다. 작품 속에서 강은 때로 법정이 되고, 때로 제단이 되며, 때로는 모든 것을 품는 어머니의 형상으로 나타납니다. 물과 불, 돌과 바람, 매화와 종소리 등 자연의 상징들은 장식이 아니라 인간 존재를 성찰하게 하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특히 곡성·구례·하동 등 섬진강 유역의 실제 공간들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기억의 지층'으로 제시됩니다. 1950년대의 비극, 강 위에 띄워진 비단, 물결 위를 건너는 노래, 해마다 돌아오는 매화의 향기까지 지역의 역사와 개인의 내면이 맞물리며 하나의 서사적 흐름을 이룹니다.

문장은 절제돼 있으나 울림은 깊습니다. 시적 언어와 소설적 긴장이 균형을 이루며, 서정과 서사가 자연스럽게 교차합니다. 독자는 강을 따라 걷는 듯한 감각 속에서 어느 순간 멈추고, 어느 순간 깊이 잠기게 됩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 흘러간 시간과 말들이 여전히 어딘가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소설 '섬진강'은 단순한 역사소설이나 서정소설로 규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작품은 인간이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용서하며, 어떻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 윤리적 서사입니다. 기억은 고통이지만, 기억하지 않는 것은 더 큰 상실이라는 사실을 조용하면서도 분명하게 제시합니다.

양태철은 섬진강과 남해안 일대를 문학적 공간으로 삼아 기억과 시간, 존재의 문제를 탐구해온 작가입니다. 시집 '몰래 찍은 사진 하나', '바람의 말', '붉은 등'과 소설 '드라이아이스', '파랑새', '파랑나라, 거제도', '내 안의 법정', '바다가 온다' 등을 통해 서정과 사유를 결합해왔습니다. 특히 '엄마의 손수건'을 통해 여순사건을 희곡화한 책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소설 '섬진강'은 그 문학적 궤적이 응축된 작품으로 읽힙니다.

이 작품은 한국어판과 함께 영문판 'Seomjin River'로도 출간됐습니다.

출간 정보

  • 도서명: '섬진강'
  • 저자: 양태철
  • 출판사: 현대시문학